멈출 수 없는 응급실 과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3가지 핵심은?
대한민국 응급실이 심각한 과밀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증 응급환자를 위한 상급 응급의료기관에 경증 환자까지 뒤섞여 몰리면서 정작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될 위급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대한응급의학의사회(KEMA)가 수행한 보고서를 발간하며 전국 일률적인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데이터 기반의 '지역 맞춤형 해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경증환자 쏠림 현상이 뚜렷했던 점을 미루어 볼 때, 현재 응급실 과밀은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응급실 과밀의 충격적 민낯: 팬데믹에도 1천만 건 육박, 전국적 쏠림 심화
이번 연구는 2021년과 2022년 2년간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을 방문한 총 987만 3,864명의 방대한 응급실 방문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이 남아있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약 1천만 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감염 우려로 의료 이용을 자제하던 시기에도 응급실 이용이 끊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증 환자가 많이 찾는 상급 응급의료기관에 경증 환자까지 함께 몰리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두드러졌다.
이는 환자들이 증상의 경중과 무관하게 큰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과, 야간·휴일에 문을 연 다른 의료기관이 없다는 현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정된 중증 응급의료 자원이 경증 환자 진료에 분산되면서 응급실 본연의 기능이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이다.
야간 경증 환자 급증의 불편한 진실: 신뢰할 수 있는 대체 의료기관 부재
연구 결과는 외래 진료가 종료되는 저녁 6시 이후 야간 시간대에 경증 환자의 응급실 방문이 급증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2년간 전체 경증 환자의 59.3%가 야간에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했으며, 이들이 주로 호소한 증상은 복통, 발열, 두통, 등통증, 기력저하, 각종 외상 등이었다. 지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에도 복통, 발열, 두통 외에 발진, 두드러기, 구토, 상복부 통증, 인후통 등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증상들은 환자에게는 고통스럽지만, 대부분 1차 의료기관이나 그에 준하는 시설에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경우였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이 "결국 신뢰할 수 있는 대체 의료기관의 부재가 환자들을 응급실로 내몰고 과밀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성별에 따른 응급실 이용 패턴 차이: 질병 vs. 질병 외 사유
응급실 방문 사유 및 중증도는 성별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였다. 여성은 남성보다 질병으로 인한 방문이 더 많았으며, 남성은 여성보다 손상, 중독 등 질병 외 사유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질병으로 내원한 환자군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중증 환자 비율이 소폭 높은 경향을 보였으나, 질병 외 사유로 내원한 환자군은 남녀 모두에서 경증 환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성별 특성 역시 지역 맞춤형 정책 수립 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지목되었다.
응급실 과밀 해소를 위한 3가지 필승 전략: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정책 제언
연구진은 응급실 과밀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지역 맞춤형 차등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첫째, 신뢰할 수 있는 대체 의료기관의 운영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외래 진료가 종료된 야간·휴일 시간대에 경증 환자들이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지역사회 야간·휴일 응급 케어 클리닉'을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과거 '달빛어린이병원' 사례에서 보듯이 단순 수가 보상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이 낮으므로, 정부가 운영비·인건비 직접 지원 등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파격적인 지원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둘째, 올바른 의료 이용을 위한 대국민 홍보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가 모두 상급 응급실로 몰리는 현실과, 그로 인해 중증 환자의 골든타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경증 질환은 야간·휴일 클리닉이나 지역응급기관으로, 심근경색·뇌졸중 등 중증 응급질환은 지체 없이 119 구급차를 통해 상급 응급실로 가도록 유도하는 체계적인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셋째, 지역 내 의료자원의 효율적 분배와 연계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특정 기관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119 구급대의 병원 전 단계 환자 분류 및 이송 시스템을 지역 의료기관의 실시간 역량과 연동하여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환자를 무조건 가깝거나 유명한 병원이 아닌, 해당 시점에 가장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응급실, 본연의 기능 회복을 위한 정부의 역할
연구 책임자인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최일국 기획이사는 "응급실 과밀은 단순히 이용자들의 개인적 선택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쉽게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의료 인프라를 제공하고 이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가 각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정교한 정책을 수립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되어, 모든 응급실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고 국민의 생명을 더욱 굳건히 지켜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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