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붕괴의 현실, 더는 침묵할 수 없다"…전국 의사들 서울 도심서 대규모 집결

"의료 붕괴의 현실, 더는 침묵할 수 없다"…전국 의사들 서울 도심서 대규모 집결

2만 5천여 명 의사, 서울 숭례문에 모이다

의사 2만 5천 명 도심 집결…정부에 “의료 붕괴 책임 직시하라”

4월 20일, 서울 숭례문 광장 일대가 하얀 가운으로 뒤덮였다. 전국에서 모여든 의사 2만 5천여 명이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 궐기대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의료를 망친 책임을 정부는 외면하지 말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이번 집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의료계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대회로, 전국 40개 의과대학의 의대생 1만여 명을 포함한 개원의, 전공의, 의대 교수들까지 진료실을 나와 한목소리를 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윤 대통령은 의료인을 처벌 대상으로 삼았지만, 결국 그 칼날은 본인에게 돌아갔다”며 “그러나 우리 후배들은 아직도 어둠 속에 서 있다”고 일침을 날렸다. 이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는 붕괴 직전에 있고, 수가 체계는 여전히 왜곡되어 있다. 정부는 계속해서 의사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정상화를 위한 투쟁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선언했다.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 궐기대회

“책임 있는 사과와 수습책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의협은 이날 집회를 통해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분명한 책임 인식과 대안을 요구했다. 김택우 회장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실정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와 함께 사태 수습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의료개혁이라는 명목 아래 추진된 정책은 본질적으로 전문가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채 진행된 정치적 결정”이라며 “전면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김 회장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다시 교육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바꿔야 하는지 정부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정권이 만든 문제는 이 정권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다음 정부로 넘기려는 무책임한 태도는 국민과 의료계 모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 궐기대회

"우리는 죄인이 아니다"…젊은 의사들의 절박한 외침

전국에서 모인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은 무대에 올라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전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병원을 그만뒀다는 이유로 12시간 동안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며 “우리는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한 것은 단지 환자를 위해 의사로서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주호 장관이 말한 대로 6개월을 버티면 정부가 승리한 것인가"라며 "3조 5천억 원의 혈세가 정책 실패로 날아갔다. 이 실패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거리의 의사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대위원장도 단상에 올라 “우리는 1년 만에 휴학할 권리도, 전공 선택의 자유도, 숭고하다고 믿었던 길의 의미도 모두 잃었다”며 “희생해도 대우받지 못한다는 현실이 우리를 절망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생과 전공의가 이토록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깊이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의사가 될 수 있는 미래조차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학습권을 포기하고 거리로 나선 이들의 절박함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 궐기대회

“이 싸움은 멈출 수 없다”…선후배 의사들, 궐기의 의미를 새기다

이번 집회는 단순한 항의 차원을 넘어, 의료계 전체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됐다. 전국의 개원의, 교수, 학생들이 세대와 직역을 초월해 단일 대오를 형성한 것이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의료 역사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지금 우리가 행동으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며 “선배와 후배,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지 진료실에만 머무르면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 의료체계는 더 이상 우리 것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원의 대표 최정섭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 협의회장은 “의대생들에게 더 이상의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병원과 학업을 떠난 그들의 결단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고, 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은 “학생과 전공의의 고통에 교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표로서 머리를 숙여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더 이상 후배들이 희생하지 않도록 의료계가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 궐기대회

정부 향한 요구사항 분명히…정책 전면 재설계 촉구

궐기대회 말미, 의협은 정부를 향한 결의문을 발표했다. 결의문에는 다음과 같은 요구가 담겼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악 즉각 중단 ▲보건의료 정책 전반을 의협과 함께 재설계할 것 ▲의대생의 학습권과 전공의 수련권 보장 ▲의학교육의 질을 저하시키지 않기 위한 실질적 대책 수립 등이다.

의협은 “그동안 의료계는 수차례 정부에 대화와 협의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억압과 강압뿐이었다”며 “이는 보건의료 정책 전반에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는 정치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사회적 합의와 과학적 판단에 기반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원상 복원”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앞으로도 정부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없다면 집회를 포함한 추가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의료계는 이번 궐기대회를 시작으로 전국 단위의 연대와 행동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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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 궐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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