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선종…‘청빈의 사도’, 평화의 유산 남기고 떠나다
12년간 가톨릭 이끈 프란치스코 교황, 향년 88세로 선종
2013년부터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1일 오전 7시 35분(현지시각), 8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교황청 궁무처장 케빈 페렐 추기경은 “그는 주님과 교회를 섬기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며 그의 삶을 회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앙과 용기, 그리고 보편적 사랑을 강조하며 복음의 정신을 실천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특히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헌신으로 ‘진정한 예수의 제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평생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을 받았으며, 최근 폐렴으로 로마 제멜리 병원에 38일간 입원한 후 퇴원했다. 활동을 재개했지만 결국 뇌졸중과 심부전으로 인해 숨을 거뒀다. 바티칸 보건위생국장 안드레아 아르칸젤리는 “교황은 회복 불가능한 심부전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화려함 없는 무덤에 묻어달라…청빈과 개혁의 삶, 끝까지 지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에 “무덤에 장식은 필요 없다”는 유언을 남겼고, 자신의 교황명을 라틴어 ‘Franciscus’로만 새겨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유해는 산타 마르타의 집 예배당에 안치되었으며, 이르면 23일부터 일반 대중의 조문이 시작될 예정이다. 공식 장례 예식은 간소하게 치러진다.
그는 지난해 직접 전례서를 개정해 장례 절차를 간소화했다. 기존에는 세 개의 관에 시신을 안치했으나 하나로 줄였고, 선종 확인은 교황의 방이 아닌 개인 예배당에서 진행하도록 했다. 또한 바티칸 외부 안장도 가능하게 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는 교회의 권위주의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교황의 의지를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전쟁과 분쟁 속 ‘평화’ 외치다 떠난 지도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전 세계 분쟁 지역에 ‘평화’ 메시지를 남겼다. 부활절 전날, 그는 “가자지구 상황은 참혹하다”며 전쟁 중단과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이 메시지는 사실상 그의 마지막 공식 발언으로 기록된다. 부활절 당일에도 그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자들과 인사를 나눴으며, 가톨릭의 정신을 강조한 설교를 남겼다.
그의 평화 외교는 세계 각지에서 실제적인 영향을 발휘했다. 2015년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중재자로 나섰고, 2017년 미얀마를 방문해 로힝야족 문제에 국제사회의 주목을 이끌었다. 프란치스코는 항상 평화와 공존, 인권을 최우선에 두었다.
검소와 소탈, 삶으로 실천한 교황의 본보기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생은 철저한 검소와 소탈함으로 점철돼 있다. 그는 허름한 구두와 철제 십자가를 착용했으며, 교황 관저가 아닌 공동 기숙사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거주하며 일반 사제들과 같은 생활을 했다. 또한 의전 차량 대신 소형차를 이용해 이동하며 겸손함을 실천했다.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그는 이민자 가정의 장남으로 자라났다. 젊은 시절 양말 공장에서 일하며 학비를 마련했고, 이후 식품화학을 공부한 후 사제가 됐다. 빈민촌에서 사목 활동을 하던 시절, 그는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진 지역을 매주 방문하며 ‘현장 사목’을 중시했다. 당시의 경험은 그가 교황으로서 강조했던 ‘현장 중심’과 ‘소외계층 우선’의 정책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진보적 개혁 시도…가톨릭 교회에 변화의 바람 불어넣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66대 교황으로 즉위한 이후 가톨릭 교회의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그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포용을 강화하고, 평신도의 발언권 확대를 강조했다. 이러한 노선은 가톨릭 내 보수 진영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2023년에는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허용해 아프리카 가톨릭 교회 등 보수적 사회에서 큰 반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이를 통해 교회의 문을 넓히고 시대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는 “교회는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린 품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
이러한 개혁적 행보는 2019년 영화 <두 교황>에서도 조명됐다. 영화는 보수적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진보적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조를 통해 교회의 변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의 애도…청빈의 지도자에게 바치는 마지막 경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각국 정상들은 일제히 애도 메시지를 보냈다. 영국의 찰스 3세 국왕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은 “평화를 사랑한 위대한 인물”이라며 그의 업적을 기렸다.
전통과 권위를 상징하던 교황직의 이미지를 대중성과 소박함으로 탈바꿈시킨 프란치스코는 가톨릭뿐 아니라 세계 종교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가 남긴 ‘청빈, 개혁, 평화’의 가치는 종교를 넘어 시대의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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