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지출 증가, 고령화보다 '진료 단가 상승'이 주요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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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지출 증가, 고령화보다 '진료 단가 상승'이 주요 원인

KDI 분석 결과, 동네 병원 중심 외래 진료비 단가 급증... 의정연 "방법론적 한계" 반박

건강보험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주된 원인이 인구 고령화가 아닌 의료기관, 특히 동네 병원들의 진료 단가 상승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으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정연)은 방법론적 한계를 지적하며 즉각 반박했다.

건강보험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지출 증가의 76.7% 차지, 동네 병원 영향 커

KDI가 2009~2019년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가격 요인'으로 전체 증가분의 76.7%를 차지했다. 반면 의료 서비스 이용량인 '수량 요인'은 14.6%,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인구 요인'은 8.6%에 그쳤다. 이는 건강보험 지출 증가의 주된 원인이 인구 고령화가 아닌 의료 서비스의 '진료비 증가'라는 의미다.

가격 요인을 의료기관 종별로 세분화한 결과, 동네 병원(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진료비 증가의 24.9%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상급종합병원은 17.0%, 종합병원은 14.6%로 나타났다. 진료 형태별로는 입원서비스보다 외래서비스에서 가격 요인의 상승 기여도가 컸는데, 이는 암 등 고비용 질환의 외래 중심 치료 전환, 진료 강도 상승, 고가 서비스 이용 증가 등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의료 이용 빈도 자체는 둔화 추세를 보였다. 입원서비스 이용은 2009년 대비 45.9% 증가했지만, 해마다 증가율은 점차 낮아졌으며, 이용 빈도를 나타내는 수량 요인 기여도 역시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

고령화 영향은 제한적, 65~74세 '젊은 노인'은 의료 이용 감소

인구 고령화의 영향은 초고령층에서 확인됐으나 전반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특히 65~74세 '전기 고령층'에서는 오히려 진료 이용량이 감소하면서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양상까지 나타났다. 이는 과거보다 건강 상태가 좋은 '젊은 노인'이 증가하는 '건강한 고령화' 현상으로 해석됐다. 반면 85세 이상에서는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가 뚜렷했다.

KDI의 권정현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지출이 계속 늘어남에도 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는 미비한 상태"라며 "현행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이 '주치의'로서의 1차 의료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지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정연 "단순히 가격 요인만 강조한 분석은 한계" 반박

KDI의 분석에 대해 의정연은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의정연은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을 가격, 수량, 인구요인으로 분해한 분석은 방법론적 한계와 해석상 문제점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며 "단순한 가격 상승과 서비스 강도(intensity)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정연의 주장에 따르면, 단순히 동일 서비스에 대한 가격 상승이 아닌, 더 높은 품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가격 요인'으로 집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신 의료 장비 도입, 고품질 의약품 사용, 전문화된 의료서비스 제공 등은 비용 증가를 유발하지만, 이는 의료의 질적 향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즉, 서비스 강도, 질병의 복잡성, 기술혁신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두 가격요인으로만 귀결시키는 것은 방법론적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소득 증가와 의료서비스 고급화 현상 고려해야

의정연은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민의 생활 수준 향상, 근거 중심 의학의 확산,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비 지출 규모를 보여주는 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2009년 5.9%에서 2019년 8.1%로 증가했으나, 동기간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18.5% 인상된 반면, 1인당 명목국민소득은 56.3%(2,542만 원→3,974만 원) 증가했다.

의정연은 "명목국민소득 증가로 의료수요는 늘어나게 되어 있으며, 가격탄력성이 낮은 의료서비스 특성상 고급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니즈가 증가한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료정책연구원

한국 의료, 저비용 고효율 체계... 건당 진료비 선진국의 50~60% 수준

의정연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효율성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전문의 중심의 일차의료를 구축해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 최적의 치료계획 수립, 질병 진행 및 합병증 예방, 전문가에 대한 신뢰로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 증진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며 "상급병원에서 고비용으로 진료받아야 할 질환을 일차의료에서 저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진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기관 방문 건당 진료비에서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의정연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영국의 GP(일반의) 비용은 약 7만 7,300원, 캐나다의 서비스 비용은 약 11만 8,400원인 반면, 한국의 외래방문 비용은 약 5만 1,928원으로, 한국의 건당 진료비는 주요국의 50~60% 수준에 불과하다.

의정연은 "우리나라는 저비용으로 모든 건강지표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효율적인 운영의 결과"라며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요인을 분석할 때 단순 요인 분해 방식이 아닌 다차원적이고 정교한 분석 방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지표만으로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평가하는 오류는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위한 정책 제언

KDI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불필요한 고비용 진료 억제 △묶음지불제 도입 △성과 기반 보상제도 △재정지출 평가체계 공식화 등의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 요인에 대한 검토와 그에 기반한 지출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에 대한 평가를 정례화하고, 평가 결과에 근거해 지출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을 공식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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