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바이오, 어떻게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을까? 현장에서 외치는 생존과 도약의 목소리

위기의 K바이오, 어떻게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을까? 현장에서 외치는 생존과 도약의 목소리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자금난과 규제 장벽에 직면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가운데, 한국바이오협회가 차기 정부에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10대 과제를 제안했다.

 

설문조사 결과 바이오 스타트업 74%가 자금사정이 원활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76%는 자금난으로 연구개발 일정에 차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71%가 '창업을 잘했다'고 답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산업을 살리기 위해 차기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까?

희망과 좌절 사이에서: 바이오 스타트업의 현실적 고충

국내 바이오산업 현장의 목소리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다. 한국바이오협회가 136개사 최고경영자 및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4%가 현재 자금사정이 원활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76%는 자금난으로 연구개발 일정에 차질을 경험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58%가 자금사정 개선 시기를 예측할 수 없다고 답한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71%가 바이오기업 창업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들은 인류 건강과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명감, 기술력과 시장성에 대한 확신, 미래산업으로서의 성장가능성을 창업의 가치로 꼽았다. 고용 창출, 기술 자립, 글로벌 경쟁력 강화, 사회적 책임 실현 등의 성과도 창업의 보람으로 언급됐다.

바이오창업의 그늘: 후회하는 29%가 지적한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

반면 창업을 후회한다는 29%의 응답자들은 바이오 창업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자금 조달의 어려움, 과도한 규제, 비현실적인 제도 및 평가 기준, 장기적 산업 육성 정책 부재 등이 주요 이유였다. 특히 제품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바이오산업 특성과 달리, 국책과제는 단기성과에 치우쳐 있어 실질적인 연구개발과 사업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규제와 낮은 재무지표로 인해 외부 펀딩이 제한적이며, 투자자들의 빠른 수익 요구로 인한 매각 압력도 바이오 스타트업이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으로 꼽혔다. 상장사 법차손 규제(3년간 2회 법차손 규정 어길 시 관리종목 지정)와 R&D 비용의 자산화 규제는 바이오업계를 옥죄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목됐다.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바이오산업 생태계 조성 10대 과제

한국바이오협회는 차기 정부가 바이오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추진해야 할 10대 과제를 제안했다. 이는 국내 바이오산업이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한 종합적인 청사진이다.

 

첫째, '코리아 바이오 부트 캠프'를 통해 바이오 창업에 대한 교육과 멘토링을 확대 지원해야 한다. 창업은 혁신과 창조성의 원천으로, 바이오산업 생태계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 부처의 바이오 R&D를 지속 확대하고 대규모 상업화 펀드 조성을 통한 '블록버스터 신약 만들기'를 가동해야 한다. 또한 AI신약개발 촉진을 위해 정부, AI개발사, 제약사, 투자사가 참여하는 '바이오 스타게이트' 출범이 필요하다.

죽음의 계곡을 넘고 문호를 개방하라: 투자와 상장 활성화 방안

셋째, 초기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죽음의 계곡 넘기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시리즈B 이하에 대한 모태 펀드 확대와 화이트바이오, 그린바이오, 디지털바이오, 블루바이오 등 신산업 투자 유인이 필요하다.

 

넷째, 기술특례 상장 및 유지 조건 완화를 통해 바이오기술 기반 기업들의 상장을 활성화하는 '바이오 문호 개방 프로젝트'가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는 바이오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인재와 규제, 특허에서 활로를 찾아라: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다섯째, '바이오산업 아카데미'를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력 양성과 퇴직자 활용 플랫폼 구축 등 현장 수요 맞춤형 고급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여섯째, 'K-바이오 규제개혁 담당관' 운영을 통해 새로운 기술의 시장 진출을 위한 규제정보 구축, 네거티브 규제화, 데이터 활용 촉진 등을 지원해야 한다.

 

일곱째, '글로벌 진출형 바이오 IP-R&D'를 추진하여 특허권 확보와 무형의 가치 평가를 통한 정부 R&D 지원으로 글로벌 기술 사업화를 지원해야 한다.

공급망 안정과 글로벌 진출: 바이오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여덟째, '바이오 수요-공급 협의체' 활성화와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바이오 제조 경쟁력 강화와 소부장 및 원료의약품 자립화를 추진해야 한다.

 

아홉째, '바이오 수출통상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주요국 인허가, 무역 및 투자 정책 분석과 글로벌 진출 지원을 전문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바이오산업 종합 육성법'을 제정하여 다양한 바이오 분야를 종합 지원하고, 정책의 연속성 확보와 부처별 정책 및 예산 조정이 가능한 강력한 거버넌스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K바이오가 글로벌 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차기 정부의 과감한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제안한 10대 과제는 바이오산업 생태계의 종합적 혁신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이 주목된다.

산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 "생태계 혁신이 시급하다"

한편, 한국바이오협회는 '위기의 K바이오, 글로벌 바이오강국으로의 대전환을 위한 토론회'도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산학연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에 투자, 규제, 인력 등 다양한 산업 생태계 구성요소에 대한 혁신을 주문했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을 좌장으로, KAIST 이상엽 연구부총장(국가바이오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권석윤 원장, 지아이이노베이션 이병건 고문, 한국투자파트너스 황만순 대표, 이정회계법인 정호준 본부장 등이 참석한 이 토론회에서는 국내 바이오산업 현황을 진단하고, 투자, R&D, 상장, 규제, 인력/데이터, 창업, 특허, 공급망 등 바이오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을 강조했다.

 

바이오산업은 고부가가치 창출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 핵심 산업이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연구기관, 투자자 등 산업 생태계 구성원 모두의 협력과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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