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대규모 '유급' 임박… 교육 현장 '혼돈', 정부-의료계 갈등 격화
대학가, 강의 불참 학생 대상 유급 조치 임박… 복귀율 저조 속 '3개 학년 동시 수강' 우려 증폭, 내년도 정원 발표도 '연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의대생들의 강의 불참 사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각 대학이 학사 운영 원칙에 따라 '유급' 조치를 실행에 옮길 채비를 하고 있어 정부와 의료계 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2025학년도 1학기가 시작된 지 상당 시간이 흘렀음에도 학생들이 강의실로 돌아오지 않자, 대학 당국이 더는 학사 일정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하여 유급 관련 행정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학생 복귀를 조건으로 2026학년도 정원 조정 가능성까지 시사했던 정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복귀율에 고심하며 차기 학년도 선발 인원 확정 발표를 늦추고 있어,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와 교육 당국은 사상 초유의 집단 유급이 현실이 될 경우 닥쳐올 교육 시스템의 혼란과 미래 보건의료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깊이 걱정하고 있다.
대학들, 유급 카드 '만지작'… 학사 조치 임박: 수업 불참 장기화에 대학들 '결단' 임박
2025년 4월 14일, 전국의 주요 의과대학들은 이번 주를 분기점으로 삼아 강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재학생들에 대한 유급 처리를 위한 구체적인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학교 의대는 14일부터 본과 3, 4학년 중 수업에 돌아오지 않은 110여 명의 학생에게 유급을 알리는 방법과 이후 진행될 절차에 대한 내부 검토를 시작한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유급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에게 관련 내용을 미리 알렸던 연세대학교 의대 또한, 15일에 최종적인 유급 대상자를 확정하고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 대학 외에도 부산대학교, 아주대학교, 인하대학교, 전북대학교, 전남대학교를 포함한 여러 대학 의과대학에서 이번 주 안에 학칙을 근거로 장기 결석 학생들의 유급 여부를 심사하여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본부는 더 이상 학사 운영의 파행을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 속에서 유급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연쇄 유급 후폭풍 '경고등'… 제적 공포와 '3개 학년 동시 수강' 사태 우려
의과대학에서 유급은 단순히 한 해를 더 다니는 문제를 넘어 학생의 학업 지속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대부분 의과대학 학칙에는 정해진 횟수 이상 유급을 받으면 학적을 박탈하는, 즉 제적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학기에 전례 없는 규모의 유급 사태가 발생한다면, 해당 학생들은 학업을 완전히 중단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할 위험이 있다.
더욱이 이번 유급 사태가 야기할 파장은 단순히 해당 학생들의 학업에 그치지 않고, 연쇄적인 교육 시스템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올해 입학한 2025학번과 작년에 입학한 2024학번 학생들이 이번 학기에 함께 유급된다면, 이들은 2026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과 더불어 총 3개 학년 학생들이 동시에 1학년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른바 '트리플링'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기존 정원의 세 배에 달하는 인원이 한정된 교육 자원을 놓고 경쟁해야 함을 의미한다.
교육 당국과 대학 총장들은 이미 "2025학년도 증원된 인원만으로도, 만약 2024학번 유급생이 발생할 경우 내년에 함께 1학년 수업을 듣는 '더블링'조차 교육 시설이나 교수진 확보 면에서 매우 빠듯하다"고 지적하며, "강의실, 실험실습 기자재, 지도 교수 부족 등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할 때 트리플링은 사실상 교육 시스템의 마비를 의미하며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반복해서 경고해왔다.
이는 기초의학 강의실 부족을 넘어, 해부학 실습에 필수적인 카데바(기증 시신) 부족, 병원 임상실습 기회 부족 등 의학 교육 전반의 질적 저하와 운영 불능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공식적으로 파악된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학생들이 실제 유급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 의대 학장은 "언론에 주로 언급되는 소위 '빅5' 병원 부속 의대 외에도 다수 대학, 여러 학년에서 강의 불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히며, "지난달 일부 대학에서 제적을 피하려 학생들이 일시 등교했을 때 다른 학생들로부터 거센 비난이 있었던 것을 목격한 터라, 복귀 시 동료들의 부정적 반응과 압박을 의식해 학생들이 강의실 복귀를 더더욱 꺼리고 있다"고 내부의 복잡한 분위기를 설명했다.
의대생 복귀 '지지부진'… 20%선 맴돌며 유급 현실화
대학 측의 유급 방침이 가시화되고 있음에도, 학생들의 강의실 복귀 움직임은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교육 당국이 집계한 전국 40개 의과대학 재학생들의 평균 복귀율은 여전히 20% 수준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정부가 2025학년도 증원분의 일부 조정을 허용하고 대학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학생들의 복귀를 독려했던 대학 총장들과 교육부 모두, 현재의 복귀율로는 학사 운영 정상화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유급이라는 현실적인 학업상 불이익이 목전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단체 행동의 대열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강의실로 돌아갔을 때 동료 학생들로부터 겪을 수 있는 비판이나 소외감에 대한 걱정 등으로 인해 복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유급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 해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정부, 2026 정원 발표 '숨 고르기'… 학생 복귀 연계 고수 속 대치 계속, 학생 복귀 추이 따라 2026학년도 정원 규모 결정 방침… 발표 시점 미정 속 갈등 평행선
학생들의 낮은 복귀율은 정부의 정책 결정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초 4월 초로 점쳐졌던 2026학년도 의과대학 신입생 모집 정원 규모 발표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의대 교육 정상화의 선결 과제로 학생들의 강의실 복귀를 강조하며, 복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차기 년도 정원 규모를 확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학생 복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정부는 2026학년도 정원 발표를 잠정적으로 미룬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사안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학생들의 신속한 복귀와 학업 환경 안정화가 최우선이라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며, "차기 학년도 모집 인원 발표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가 학생 복귀를 전제 조건으로 내거는 입장과 의료계 및 학생들이 요구하는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주장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 맞서면서, 양측의 대립 구도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보이며,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 의료 교육 '시계 불량'… 장기적 의료 공백·시스템 위기감 고조
이번 의대생들의 대규모 유급 위기는 단순히 특정 학년 학생들의 개인적인 학업 중단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 의료 교육 시스템의 안정성과 미래 국가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만약 예고된 대로 집단 유급이 현실화된다면, 특정 연도의 의사 배출이 급감하거나 지연되어 향후 몇 년간 의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수급에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특히 병원에서 수련을 받아야 하는 인턴과 레지던트 정원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대학병원을 비롯한 주요 병원들의 진료 기능 약화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뿐만 아니라, '트리플링'과 같이 비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강행될 경우, 교육의 질적 저하는 피할 수 없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한정된 강의실, 교수진, 실습 도구 등으로 급증한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는 상황은 필연적으로 부실 교육 논란을 낳을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질 미래 의료인의 역량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번 사태를 둘러싼 정부, 대학, 학생, 기성 의료계 간의 깊어진 불신과 사회적 갈등의 골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강화와 같은 시급한 보건의료 정책 추진을 위한 사회적 동력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의료계와 교육계에서는 현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정부, 의료계, 그리고 학생 사회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열린 자세로 대화에 나서 조속히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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